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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구조개선법’ 시행 9개월 남았는데… 고등교육 생태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 naiad
  • 2025-10-20 16:58
  • 조회수 99

한국대학신문 기사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5076

 

‘사립대 구조개선법’ 제정… 부실대 정리의 제도적 전환점 될까
대학 체질 개선과 기능 재편에 방점 두고 시행령 보완해야
사학단체, 교수·직원단체, 학생 대표 협의체 구성해 공청회 중심 합의 절차 필요
폐교대학 부지 활용해 지역과 함께하는 새로운 모델로… 대학 생태계 정상화 ‘박차’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제정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를 재설계하기 위한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제정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를 재설계하기 위한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이 주요한 정책 아젠다로 추진되고 있다. 李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역시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양극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어 정부정책과 괘를 같이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구조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학을 둘러싼 고등교육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을 집중 점검하는 〈이재명 정부 고등교육 정책, 어디로 가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가능성과 한계점
② 사립대 위기와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
③ AI교육과 R&D 투자
④ 교육 거버넌스 개편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사립대 구조개선법이 고등교육 생태계 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법은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사립대학의 체계적 관리와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라 될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된 흐름이었지만 그간 뚜렷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안전장치는 부족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재정 악화로 이미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경영위기대학’이 현실화된 가운데, 이번 ‘사립대 구조개선법’ 통과는 그간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던 구조조정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만으로는 구조개선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시행령 보완, 재정진단 지표 설정, 정책 실효성 확보,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 등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고등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필요성… 이제는 제도적 틀 안으로 = 국내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올해만 해도 대입 추가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무려 40곳에 달했다. 이중 수도권 대학도 9곳 포함돼 있었다. 경기도 소재 모대학은 학생 수 감소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교직원 급여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경우도 발생했다. 등록금 의존율이 70%를 넘는 대학도 적지 않으며, 이미 다수의 대학이 교육 서비스 질 저하–학생 유출–재정 악화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경영위기대학의 법적 지정 근거 마련 △공적자금 투입의 명시 △폐교대학 구성원의 권익 보호라는 세 가지 축을 제도화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해산정리금’ 제도다. 법인이 해산될 경우 남는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전환해 학생 보호, 교직원 위로금, 지역 교육사업 재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불투명하게 처리되던 사학법인 재산을 제도권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된 점은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사립대 구조조정이 교육부의 행정지도나 재정지원 제한을 통해 사실상 ‘비공식적 압박’ 형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법은 ‘경영위기대학 지정→개선명령→폐교 또는 통합 절차’를 단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법이 없을 때는 행정조치가 곧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는 법에 근거한 절차가 생겼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퇴출이라면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시행령에서 국가·지자체 지원책 등 명확하게 규정돼야 =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립대학 등 구조조정(구조개선)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보이는 교육사업양도, 사립대학 통폐합 등에 대해서는 제2조 정의 규정에서 그 정의만을 규정하면서 법률 내용에 구체적인 시행 요건, 효과 등에 관한 실체적인 규정이 거의 없다.

최영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러한 교육사업양도, 사립대학 통폐합 등에 관련해 시행령 등에서 더욱 구체화 되면서 그 요건 및 효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책 등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률유보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교육사업양도, 사립대학 통폐합 등에 관한 실체적인 요건 등은 가급적이면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 어느 정도 이상 명확하게 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립대교수협의회연합회(사교련)은 “법 제정이 사립대의 강제 퇴출 근거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실제로 사학법인의 재산권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반복적으로 인정돼 왔기 때문에, 교육부가 대학을 강제로 해산시킬 법적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 시행령,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 법률의 뼈대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시행령 단계에서의 세밀한 설계가 중요하다. 시행령 보완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교육사업양도’의 의미와 내용이 모호(제2조 4항)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과 국가교육위원회 업무와의 조정 필요(제3조) △‘구조개선위원회’ 위원 제척 사유 발생 가능, 위원장 직무·지원 기구 및 예산 불분명(제6조) △국회 보고 내용의 공개 수준 논의 필요(제11조) △재산 처분의 특례에 대한 구체적 검토 필요(제16조) △폐교 해산 시 지자체 의견 수렴 절차의 구체화(제18조) △‘잔여재산’에 관한 명확한 정의와 구체적인 산출 기준, 재산 출연받을 공공법인의 조건 구체화, 해산정리금 지급 제한 기준 구체화(제19조) 등이 꼽힌다. 

특히 교육사업 양도, 대학 통합·폐교 절차 등에 대한 세부 요건이 법률에 빠져 있어, 시행령에서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지나치게 포괄적인 위임은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법률과 시행령 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쟁점 중 하나였던 ‘해산정리금’은 잔여 재산의 15% 한도 내에서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청산 과정에서 부채가 많거나 자산 유동화가 어려운 대학의 경우, 정리금 규모는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역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15% 한도는 ‘상한선’일 뿐 실제로는 5%도 남기 어렵다”며 “이 정도 인센티브로는 자발적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해산정리금의 산정방식을 개선하거나, 폐교 시 공공기금 매칭 지원 제도를 도입해 실질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기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교육부 산하 공익계정으로 관리·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유원준 사교련 이사장은 “전국 사립대학의 모든 상황은 각기 다르므로 구체적 지표를 객관적으로 산출하지 않고 막연히 규모를 추산하거나 정책적 실효성을 논하기는 이르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이야기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사립대학 소유권의 복잡성, 특히 초·중·고를 운영하는 법인의 상황, 2세와 3세 경영의 차이, 직계와 방계 경영의 차이 등 점검할 사항이 매우 많다. 또한 사학법인의 재산은 4년제는 부동산, 전문대는 상대적으로 유가증권에 집중돼 있으나, 현금화 가능성은 지역별 격차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경영위기대학의 연착륙, ‘속도보다 절차’가 중요 = 사실 구조개선은 단순히 대학의 수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학업권, 교직원의 고용권, 지역사회의 생존권이 걸린 복합적 조정 과정이다. 폐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은 △채무·채권 정리 △학생 전적·학위 인정 △교직원 퇴직금 및 재취업 지원 △지역사회와의 이해 조정 등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가 ‘학적·학위 보증제’를 운영하고, 교직원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경영위기대학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도입해, 폐교 이전 단계에서 구조조정 컨설팅·재정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립대 구조개선법’ 관련해서 교육사업 양도, 대학 통합·폐교 절차 등에 대한 세부 요건이 법률에 빠져 있어, 시행령에서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학단체, 교수·직원단체, 학생 대표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청회 중심의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립대 구조개선법’ 관련해서 교육사업 양도, 대학 통합·폐교 절차 등에 대한 세부 요건이 법률에 빠져 있어, 시행령에서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학단체, 교수·직원단체, 학생 대표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청회 중심의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폐교는 ‘종결’이 아니라 공공자원의 재배치 과정 = 사립대학 퇴로의 길을 열었다는 것은 향후 대학 폐교에 따른 인프라 활용, 공공 서비스와의 연계 모델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폐교는 ‘종결’이 아니라 공공자원의 재배치 과정이다.  

다만, 폐교 시 대학 구성원에 대한 대비책을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주변의 관련 대학으로 전학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교수와 직원에 대한 지원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처장은 “교수들에게는 전공풀을 구성해 주변 대학에 강의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인력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비용은 전담기관에서 폐교에서 확보된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직원과 관련해서는 일부 직원은 최소 5년간 폐교와 관련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공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는 지역의 미래 자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연구 클러스터형(지역 공공기관, 기업, 연구소가 입주하는 산학연 협력 거점) △문화·복지 복합공간형(강의동을 공연장·청년창업공간으로, 기숙사를 생활문화센터로 전환) △도시재생·공공주택형(농산어촌 지역의 폐교 부지를 청년주거단지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 △국제교류·글로벌 캠퍼스형(외국 대학과의 합작분교, 국제 교육·문화교류 거점으로 전환) 등 4가지 대표적 활용 모델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지자체·주민·교육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다. 손종욱 바핀파트너스 대표는 “대학이 ‘엑시트(exit)’를 할 경우 정부, 지자체, 지역사회, 교육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건물 재활용이나 부지와 자산 등을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게 아닌, 지역이 필요로 하는 교육·문화·복지 기능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 법의 틀 넘어 ‘정책 실행력, 사회적 합의’가 성공의 관건 =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퇴출의 법’이 아닌 ‘정리의 법’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자칫 대학의 존립권과 교육권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구조개선의 성공 여부는 속도보다 절차의 투명성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

교육부는 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학단체, 교수·직원단체, 학생 대표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청회 중심의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불어 구조개선법이 궁극적으로 ‘대학법’ 제정의 전 단계, 즉 고등교육의 장기발전 계획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와 관련해 유원준 사교련 이사장은 “대학 생태계를 정상화하고 고등교육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려면 ‘대학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며, ‘대학법’ 제정이 어렵다면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을 분리해 제정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며 “‘구조개선법’은 기존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국가교육위원회법’에 결여된 ‘고등교육의 중장기 발전 계획’의 법적 근거, 그리고 부실대학에 대한 퇴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학법’ 제정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제정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를 재설계하기 위한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 부실대 정리라는 ‘통증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법률이 아니라, 정책의 실행력과 투명한 거버넌스에 있다. 결국 이 법의 성공 여부는 ‘누가 먼저 사라질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 411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https://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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